[장능포PEOPLE] ① 우리도 한 명의 주민이라는 마음으로, 어촌마을의 괴짜 박정일PM

어촌앵커조직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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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박정일 총괄PM 


반갑습니다. 저는 장승포, 능포를 살기 좋은 어촌 마을로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는 박정일 입니다. 현재는 총괄PM으로서 장승포, 능포에서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사업 이름 그대로, 침체된 어촌의 활력을 증진하는 사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장승포에서의 일상 루틴

 저는 대외적으로 활동들이 조금 있어서 들쑥날쑥한 일과를 가지고 있어요. 새벽 5시 정도에 눈을 뜨는데,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고, 스케줄표부터 확인합니다. 조금은 느긋하게 집안 잡일로 하루를 시작 하는 편이죠. 보통 8시에서 9시에 나서는데, 출근길에 잠깐 운동을 하다 올 때도 있습니다.


 점심은 최대한 직접 만들어 먹으려 하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 해요. 아니면 우리 회사 구성원들하고 같이 점심을 먹으며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합니다. 근데 아무래도 직원들이 저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거제가 산업도시다 보니까 일을 계기로 (살러)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렇고. 그래서 이 지역에 (저의)친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취미가 캠핑, 골프 이렇게 됐네요. 술 친구도 없어서 집에 가서 하이볼 한 두 잔 정도 마시며 하루를 끝내곤 합니다.



장승포와 능포의 특별함

 장승포가 예전에는 시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작은 동네가 되었지만, 그래도 시의  흔적들이 남아 있어서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요. 선택의 폭이 좀 적지만  pc방도 있고 커피숍들도 종류별로 있고 음식점들도 있습니다.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실제로 24시간 서비스를 해야 되는 곳에서 저녁 9시 되면 문을 닫는다던지 일찍 마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생활하는데 무리는 없어요. 장승포는 아직 도시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능포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여유롭습니다. 장승포와 능포는 환경이 같지만 느낌이 다른 항구에요. 수변을 활용하는 방법도 굉장히 달라요. 장승포는 사람들이 일상생활 하면서 술을 마시고 커피 한잔 먹고 경제적인 활동도 할 수 있는 수변이라면 능포는 훨씬 더 여유롭고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바로 옆에붙어 있지만 느낌이 완전 달라요.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

 처음 사업명을 들었을 때 한자보다는 한글로 풀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어요. 예를 들면 마을 만들기 이렇게요. 더 직관적이잖아요. 누구든지 들으면 아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업명이었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살기 좋은 어촌 만들기’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요. 

 우리 팀이 이 사업을 맡게 된 배경에는다른 팀들과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거라, 조금 더 특별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살기 좋다는 것은 편의시설이 필수잖아요. 그런 부분은 저희가 해결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살고 싶은,  재밌고 행복한 곳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피해야해요. 물론 혼자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휴가도 매일 노는 사람들한테 휴가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혼자 있고 싶은 시간들조차 행복하려면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시간들도 많이 필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함께할 때 행복한 시간과 공간들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시범사업으로 불어넣고 싶은 활력

 마을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영역이 너무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3천명 내지 4천명 정도의 마을 구성원 중에서 저희와 함께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정말 0.1%에서 1%정도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업이 훨씬 더 재미있게 운영될 것 같아요.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더 노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게 가장 시급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업을 운영할 때는 최대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팀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 이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을 잘하는 사람들만 일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고, 일을 못하는 사람들도 경험을 해봐야 는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서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똑같은 기회를 얻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어촌마을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

 가장 큰 어려움은 많은 분들이 기존의 방식에 익숙하다는 거에요. 도시재생 사업이나, 여러 지역기반 사업 경험이 쌓여서 저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기존에는 쭉 리더역할을 해오신 분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곤 했어요. 그에 비해 우리는 계속 새로운 플레이어를 발굴하고, 사람을 유입하려고 하다보니 섭섭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주민’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토박이만 주민이라면 이주민은 주민이 아닌가? 일 때문에 잠시 한 두 달, 몇 년 프로젝트 단위로 사는 사람들은? 주민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서 많은 기준이 바뀌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좋은 기회의 사업들에 참여하고 혜택도 보면서 적응을 도와준다던지, 이주민 분들과 원래 주민분들이랑의 관계들을 좀 더 잘 풀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서로가 좀 이해를 조금 더 해주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조금씩 변화해나가는 새로운 장능포

  예전부터 생각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인데 마을마다 주제가 하나씩 있으면 마을이 색을 갖게 되고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책을 주제로 책 마을이 되거나, 어촌마을답게 수산물이 주제가 되어 수산물로 일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재미있는 마을을 꾸며나가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함께 실행하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과정들을 만들어나가는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고 다음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가장 잘하는 동네가 되고 싶습니다.



항구마을에서, 앵커조직이란?

 한 마디로, 우리도 주민이다! 어색한가요? 우리도 동네 사람이잖아요. 이 사업만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서 모두가 살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업을 위한 사업, 행정을 위한 사업, 기득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그 기준은 ‘우리도 주민이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재생을 다룬 책에서 이런 문구를 봤어요. "로컬을 바꾸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어야 하고, 젊은 감각,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실행력이 있는 괴짜여야 한다." '외부에서 온 젊은 괴짜'. 우리 팀이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쟤네들 괴짜들이에요. 저 괴짜들하고 같이 노니까 너무 재밌고 나도 발전하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 팀이 모든 사람들이 기억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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