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NO.14 :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능포 동네 사랑방 주인, '전시은'님을 만났어요!

어촌앵커조직
2023-07-04
조회수 678

'고현'에서 고향인 '능포'로 다시 돌아와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능포 동네 사랑방 주인


능포의 네 번째 릴레이 인터뷰 주자는 현재 능포에서 '능포 삼계탕'에서  사장님으로 계신 전시은님 입니다!


사장님은 말주변이 없으시다며 인터뷰 제의에 한참 고민하시더니,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면 해보겠다고 말씀하시며 인터뷰에 대한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인터뷰 날에 사장님은 카메라에서 눈을 못 때실만큼 긴장하셨는데요,

사장님의 삶의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 또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편하게 웃으시며 인터뷰를 해주셨어요!

(나중에는 사진 찍는다고 포즈도 지어주셨답니다!)



사장님의 삼계탕 집 한 쪽에는 '사랑방'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어요. 그 말을 증명하듯 인터뷰 중에도 두 분 정도 왔다가 가셨습니다.

저희와 인터뷰하시느라 바쁜 사장님께 인사만 드리고 사랑방에서 푹 쉬다가 다시 볼일보러 나가시는 모습들에 그냥 사랑방이 아닌 동네 사랑방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장님은 원래 능포에서 살고 계시다 고현에서 삼계탕 집을 운영하셨는데요, 당시 IMF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고향인 능포로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삼계탕집을 운영하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평온하게 살아가시는 모습 뒤에는, 

고생하시고 노력해오셨던 모습들이 비쳐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인터뷰에도 나오겠지만, 사장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봉사활동도 하셨는데요, 15년 동안이나 하셨다고 해요!

인터넷에 개명 전 성함과 봉사 단체 이름을 검색하니 10년 전의 사장님의 모습을 바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전 대면을 하러 왔을 때 사장님께서는 병원에 안 가면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본 인터뷰에서는 지역의 의료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볼 수 있었는데요, 지역의 실태를 듣게 되니 실제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장님은 능포에서 누릴 수 있는 라이프를 누리며, 소소하게 하고 싶은 일들도 하시며 살고 계세요!

'능포의 사랑방'에서 동네 언니분들과 어울리며 유유자적 살아가고 계신 전시은님의 인터뷰, 함께 들어보실까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55년생으로, 현재 능포 삼계탕을 운영하고 있는 전시은이라고 합니다.

 

성함이 되게 예쁘세요. 개명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점자라는 이름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지만 제 맘속에는 항상 좋게만은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어머니께 여쭸죠. 왜 점자였냐고. 근데 옛날에는 다 그랬대요. 어디 자리에 점이 있어 점자라고 지었다고, 치매라도 걸리면 널 못 알아봐도 이름 들으면 알 수 있다고 농담 진담 섞어 얘기를 하셨죠.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생각이 참 많이 나더라고요. 어머니 생각도 그렇고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었어요. 그래서 기분 좀 털어보자 싶어 이름을 먼저 바꿔봤어요. 처음에는 다들 낯설고 생소하다고 했죠. 그래도 이제는 다들 절 시은이라고 불러요. 


이름이 예뻐서 기분도 좋으실 것 같아요.

맞죠. 저도 이름 들으면 기분이 좋고 환기 되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ㅡ 사진을 자주 찍는다고 도망가신 사장님, 능포삼계탕의 전면 모습입니다.

ㅡ 정말 오래된 간판, 세월이 느껴지는 글씨가 새겨져있습니다.


원래 고현에 살고 계셨어요. 어쩌다가 능포로 오게 되셨나요?

원래는 능포가 제 고향이에요. 고현이 아무래도 거제 내에서는 상권이 좋은 곳이었어서 고현으로 가서 장사를 했었죠. 그러다 1997년 당시 IMF를 맞았어요. 집 주인 보고 장사가 정말 안되니까 상다리 떨어지는 것만 가져갈 테니 보증금도 주고 싶은 만큼만 줘도 된다고 했었어요. 안 돌려줄 수도 있는 시대 상황이었는데, 6개월 있다가 주더라고요. 돈 없다 못 준다 하면 끝날 텐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던 거죠. 여기에 삼계탕 집을 하게 된 건 여기가 예전부터 저희 집이라서 그랬어요. 전 배운 게 삼계탕뿐이니까, 여기 와서도 그것밖에는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바다앞이지만 삼계탕 집을 하게 된 거죠. 이 일 외의 제가 해봤던 일은 옥수동에 '미화당 백화점'에서 가방 코너를 했던 일이었어요. 지금은 백화점이 없어졌지만 당시 정말 재밌게 장사했었죠.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저번에 찾아뵀을 때 오전마다 수영을 하러 가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네 아침마다 (거제 문화예술회관의)수영장을 가요. 근데 운동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수영장은 동네 멤바(멤버)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요.(웃음) 운동보다는 수다하고 놀고 하는 곳이죠. 7시 반 정도 되면 수영 가서 놀고 가끔 수영도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가요. 10시 안 돼서 여기 도착해 청소해놓고 손님 받을 준비하고, 손님 오면 장사하고. 그렇게 장사하고 나면 4시가 돼요. 어쩔 때는 한 8시까지도 할 때가 있어요. 손님 다 가시면 그때 쉬죠. 


삼계탕집 앞에 작은 운동 기구들이 바로 있어요. 자주 사용하시나요? 

맞아요. 그렇게 일과 끝내고 저녁 되면 수변 공원 한 두세 바퀴 돌고, 운동기구가 있으니 타고 하죠. 그리고 이 공원 이름이 공모를 해서 선정이 됐어요. 이 운동기구 있는 체육 공원이 사실 공원이라기에는 작잖아요. ‘빛너울 쉼터’라고 이름이 선정됐어요. 이미 수변 공원 낚시 공원도 있고, 작기도 작으니 쉼터라고 하면 되겠다 해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어요. 이름이 참 예쁘죠. 이 공모한 것 중에 제일 이뻐요. 나머지는 이름도 길고 별로고 바닷가라고 바닷가 이름 넣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공모 선정된 사람이 금 한돈 받았는데 그래서 열심히 이름 지었던 것 같아요.


금 한돈이나요? 

네. 그치만 다들 작은 일에도 동네 일에는 신경 많이 쓰는 편이에요. 뭘 하든 상품이 안 걸려있어도 열심히 참여 하는 편이거든요. (웃음)

 

바다 앞에 삼계탕 집이면 보통 어떤 손님들이 많이 오시나요?

제가 1997년도쯤 여기 왔을 때 동네 사람들은 한 사람도 안 왔어요. 당시에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어요. 오히려 대우조선 사람들이 많이 왔었죠. 그리고 사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허가 없이 장사를 했었어요. 대우 조선 사람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카페에서 (삼계탕)맛있다고 입소문이 났다더라고요. 덕에 정말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근데 사실은... 장사 허가를 못 냈다 보니 현금으로만 결제가 됐고, 당연히 누가 신고를 했죠. 그래서 세무서에서 왔어요. 전 세금 내고 싶다고, 장사 허가 달라 했더니 바로 절차를 밟아주더라고요. 그렇게 당당히 세금 내고 잘 장사하고 있어요. 그때는 화장실도 없었는데, 허가를 또 받아서 외부에 화장실도 지어놨어요.


ㅡ 웃으시다가, 능포 바다를 보셨다가, 당시 이야기를 해주시며 옛 생각에 잠기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조선소에 인구가 빠졌지만 지역 사람들이 많이들 와요.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안 왔는데 오래 장사하고 소문도 나서 이제는 먹으러 많이 와요. 배 타는 사람들도 복날에는 삼계탕 먹으러 오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당시에 많이 힘들었다고 해도 당시 허가 없이 장사했었던 부분이 제 마음에는 항상 양심적으로 걸렸어요. 제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으니 봉사활동이라도 해야겠다 해서  능포동 재향군인회 여성회 봉사 활동을 했었죠. 그게 1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이제 제가 나이도 있고, 젊은 사람들이 어울러 할 수 있게 끔 만들어놓고 지금은 빠졌죠. 지금 재향군인회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식자재를 어디서 구매를 보통 하시나요?

전 이마트나 농협 마트를 가거나 아니면 장승포동 바로 인근 '아주동'에 가면 있는 식자재 마트에서 구매를 해요. 가깝고 쉽게 가는 데를 갈 때도 있지만 이마트가 더 싸다 하면 이마트서 사고 농협장이 싸면 농협장 가고 그렇게 구매를 해요. 하지만 보통은 능포가 가까우니 능포에서 자주 가죠.



일전에 병원에만 안 가면 일정이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능포 장승포에는 병원이 잘 되어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보통 대우병원을 가요. 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을 때는 부산을 갔었고요. 부산으로 계속 약을 타러 가니 힘들어서 요즘은 대우병원에서 약을 받아먹어요.

다만 불편한 점이 좀 있긴해요. 일단 사람이 많이 밀려요. 전에 옆구리가 너무 아파 갔더니 오전 여덟시 반부터 하루 종일 기다렸어요. 한 번 병원에 가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요즘은 머리를 쓰죠. 아침에 접수하고 점심 장사하고 끝나면 오후쯤에 가서 병원 일을 보죠. 그리고 또 불편한 부분이 건강검진할 때에요. 대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 대장 내시경 같은 경우에는 두 석 달이나 걸려요. 또 건강검진할 때 매번 다른 과로 가서 따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저희 나이대에는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병원이 하나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아니면 차라리 병원의 규모를 키우는게 낫다고 봐요. 대우조선의 상황이 좋지만은 않아 지금은 많이 축소 됐거든요. 이제 한화그룹에 들어가니 좀 더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과나 이비인후과 같은 과도 한정적이다보니 상급 종합병원 정도의 형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많이 해요. 


지역의 병원이 그정도로 과가 갖춰지고 건물도 넓어지고, 건강검진센터도 따로 생기면 더 좋은 병원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하지만 아직까지 대우병원에서는 위급하거나 큰 수술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소한 골절, 감기나 주사 맞으면 낫는 정도는 지금 정도도 괜찮지만 신경계나 뇌, 심장 쪽은 여기서 손을 못 대요. 본인들이 엑스레이에서 이상이 보이면 “부산이나 진주에 있는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 가세요.”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몸의 어디가 아파도 언제든 어디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병원이 아니라는 생각이 좀 들게 되죠.



다행인건 진주 경상대나 마산에 있는 병원을 자주 갔는데, 지금은 거가대교가 있으니 부산에 있는 병원까지 새벽에 급할 때는 1시간 이내로도 갈 수 있어요. 예전에는 통영까지 돌아서 가야하니 정말 오래 걸려서 가까운 곳만 갔었죠. 지금은 부산에 있는 개인 병원도 잘하는 병원이 많고 정보도 많아 부산으로 더 자주 가게 돼요. 그래서 제 수술도 부산에서 했었죠. 


아무래도 지역 병원에서 타지역 병원을 권유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작은 건 대우병원을 가지만 큰 수술 같은 경우에는 지역 병원을 잘 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좀 괜찮을 것 같아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 의사들이 많은 병원이야 시간마다 교대 돌아가며 진료 봐주고 수술하는 사람이 있지 여기서는 의사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런 건 어려우니까요.


사장님 말고 주변에 계신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실까요? 

아무래도 제 주변도 비슷하게 느끼죠. 그래서 지역 병원은 건강검진이나 조금 불편한 게 있으면 찾아가는 정도로 방문하는 것 같아요. 얘기 나눠보니 어업 하시는 분들도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을 보통 가시더라고요. 



능포 삼계탕을 운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장사할 때 지키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혼자서 운영을 하다 보니 사람이 몰리면 제일 먼저 1차적으로 사람들을 봐요. 지금 일하다가 중간에 나온 거라 점심시간 끝나면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 사람들. 그걸 제일 먼저 파악을 하는 편이에요. 이 사람은 언제까지 가야 하나 하고 확인하고 먼저 음식을 주죠. 그럼 옆 사람들이 그래요. 자기가 먼저 왔는데 왜 먼저 주느냐고 그럼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죠. “일하러 가는 사람은 밥 먹고 빨리 가야 하지 않겠냐, 좀 기다려라.” 하고요. 그럼 알겠다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나를 먼저 줘야지 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해는 가지만 저는 일하는 사람들 밥 빨리 먹고 쉬고 일해야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가끔은 일할 때 뜨거운 거 만져 탁 데일 때도 있어요. 그래도 손님 밥은 차려줘야 하니 꾹 참고 일하고 그랬어요. 예전에는 큰 가마솥이었지만 이젠 압력 솥에다가 간단하게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마솥에서는 오래도록 삶아야 했었거든요. 압력솥은 처음에는 실패를 좀 많이 했지만 지금은 시간조절도 그렇고 요령이 생겨서 잘 삶고 있어요. 


여기서는 주방에 안 보여서 저 안에 커다란 솥이 있을까 생각을 했었어요. 알고 보니 밥솥이 있는 거네요? 

그렇죠. 그래도 밥솥이지만 큰 밥솥인 거죠.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웃음)


ㅡ 인터뷰 장소에서 바라본 주방, 가마솥이 아닌 아주 큰 밥솥이 있습니다.



1인 운영을 하고 계시잖아요. 손님이 많아 일이 바빠지면 어떻게 하시나요?

정말 너무 바쁜 날에는 친구가 와줘요. 허리가 근데 아파서 계속 일은 못 해주고 바쁠 때 온나 하면 와주는 친구죠. 허리가 아프니 왔다 갔다 정도만 해줄 수 있지만 그래도 도와주니 항상 고마워요. 다행히 여름만 많이 바쁘고 겨울에는 혼자서 놀아가면서 일은 할 수 있으니 계절마다 하루 일과가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여름에는 제가 주변 사람도 잘 못 챙겨줘도 추석쯤 되면 잘 챙겨줘요. 아는 사람일수록 섭섭하게 하면 안 돼요. 신경 써줘야죠. 


그럼 조만간 초복인데 지금 예약 잡을 수 있나요? 

저는 예약은 안 받아요. 무조건 선착순. 전 기다리고 있는 사람 보고 이미 예약받았으니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세워놓을 수 없더라고요. 저 말고도 다른 데서도 보통 그래요. 


가족분들도 도와주러 오시나요? 

딸은 자주 도와주러 와요. 아들은 필리핀에서 일하고 있어서 도와주러는 못 와요. 아들이 여기 살면서 스쿠버다이빙을 참 좋아했어요. 여기 장승포, 능포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그랬었죠. 그 취미를 살려서 필리핀에 갔는데 장사가 잘 되다가 태풍이 와서 다 쓸고 가버렸다더라고요. 거기다 코로나로 피해를 봐서 살길이 막막해져 지금은 다이버 사업은 좀 내려두고 쌀장사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코로나 때문에 참 힘들었어요. 손님이 오셔도 코로나에 걸렸진 않을까 무서웠고, 손님이 안 오면 또 힘들고. 안 오면 제가 밥을 못 먹고살아 문제고 오면 혹시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라 인터넷에 올라갈까 봐 무섭고 그랬죠. 지금은 코로나가 많이 사라져서 참 마음이 놓여요. 

 

ㅡ 카메라가 어색해 빠르게 움직이시는 사장님, 한 컷 한 컷 건지기 어려웠을 정도였습니다..!(웃음)


코로나가 많은 타격을 준 것 같아요. 능포에 지인분이나 친척분들이 놀러 오시면 다 같이 나들이 가시는 장소가 있을까요?

시간 보내기에는 우리 집이 제일 최고예요. 우리 집이 동네 사랑방이라 겨울에도 그렇고 방 따듯하게 해놓으면 전부 다 저 방에 베개를 끌어안고 앉아 담소를 나눠요. 안쪽 창고에 베개 이불도 참 많이 가져다 놨어요. 저희가 꼭 가야하는 특별한 곳이 따로 필요가 없어요. 저희 집 앞에는 바다가 있고, 바람도 잘 통하고, 커피 먹고 싶으면 여기서 한 잔 먹죠. 우리 집이 카페고 우리 집이 쉼터에요. 친구들 아는 언니들 오면 배고프다 하면 그냥 된장찌개 해서 밥만 줘도 맛있다고 하고 누워서 놀고 그렇게 시간을 많이 보내요.


  ㅡ 사장님이 말씀하신 사랑방, 철문에는 작은 스티커들이 붙여져 있습니다.

ㅡ 사장님께서 자주 둘러보는 도로, 차가 지나가면 어떤 분이 오실지 한 번씩 쳐다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능포에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 것 같나요?

네 많이 놀러 오죠. 코로나로 사람들이 실외로 놀러 다니게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능포에)찾아왔어요. 놀러 오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참 좋아요. 아이들이 수변공원에서 조금 들어오는 그 바닷물서 놀겠다고 하고 있는 거 보면 마음이 안타까워요. 진짜 해수 풀장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할 때가 있죠. 가끔 구석에서 캠핑 온 사람들도 와서 놀고 있는 거 보면 참 잘 논다 생각이 들어요. 물론 가끔 쓰레기를 이상하게 버리긴 해요. 낚시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지만요. 사람들한테 “쓰레기 치우고 가세요.” 하면 “뭔 상관인데요” 그래요. 자기한테 간섭한다고 화내고 그러죠. 놀러 왔으면 깨끗하게 하고 가야 하는데 안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캠핑하는 사람들 중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바다에 냅다 버리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 참 곤란하죠. 차라리 바닥에다 엎어놓는 게 나아요. 치울 수야 있으니까. 차곡차곡 쌓아서 버려 놓은 것도 괜찮고 가끔 까만 봉지에 넣어 기둥에 묶어놓는데 그건 천만다행이에요. 고맙죠.


아예 캠핑장을 만들어서 관리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캠핑 금지'라고 되어있지만 캠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들을 막는 건 좀 어려우니까 차라리 시에서 관리를 하던가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능포가 어떻게 되면 좋을까요? 사장님께서 바라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수변공원을 제대로 홍보하고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얼마전에 있었던 일인데, 가수들이 왔을 때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렸어요. 홍보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고 오는지 신기하더라고요. 들어오던 버스가 자리가 없어 뒤로 돌리길래 뒤봐주고 어디서 왔냐 물어보니 강원도에서 연예인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촬영한다고 부산서 강원도서 어디 안 오는 데가 없었어요. 그렇게 사람이 몰리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가보니 경로 우대석을 마련해 제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공연 볼 때 나이 많다고 좌석 따로 챙겨주니 참 고마웠어요. 하나 아쉬운 건 해가 너무 쨍쨍하고 더운 날이라 차광막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많이 오니까 참 재밌더라고요. 어떤 할머니가 서서 막 춤추니까 뒤에 사람들이 "할매 좀 앉으소” 이러는데 “즐기러 왔는데 즐겨야지요. 당신도 즐기소.” 하더라고요. 그러니 사람들이 “맞다. 즐기러 왔는데 즐기야지. 뭐라 하지 마소” 하며 다 같이 일어나서 즐겼어요. 



연예인들이 하는 공연 보면 참 재밌고 박수도 나오는데, 아무래도 능포에는 그런 행사가 잘 없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류의 행사가 조금씩 생겨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캠핑장이던 뭐든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상시 올 수 있는 이유가 생기면 그때 사람들이 공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할 것 같아요. 아니면 동네에 악기 연주하는 사람도 노래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 모여서 해도 좀 재밌을 것 같아요. 언제든 구경꾼들이 만들어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공연이 많은 곳이 되면 좋겠네요.

제가 또 바라는 건 저기 양지암 쪽으로 올레길이 만들어지는 거에요. 저기가 정말 좋아요. 옥림항처럼 해안 데크를 만들면 산책하기에도 관광 하러 왔을 때도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본래 바닷가 사람이라 바닷가를 가면 참 좋거든요. 양지암 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등대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사진 찍으면 사진이 그렇게 잘나와요. 바닷 바람도 그렇고 바다도 섬과 수평선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탁 트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을 sns에 올려도 참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관광 온 사람들이 모른다는 점이 항상 아쉽죠. 데크따라 걷다 보이는 바다를 가르는 배도 보고 그렇게 바다에 눈길이 한 번 더 갈 것 같아요.

그렇게 사람들이 더 오게 되면 냉면집이든 갈빗집이든 더 생길 거고 또 숙박시설도 생길 거고 그럼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또 생각해 보면 이수도의 민박집들처럼 그런 곳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아는 언니가 저기서 장사를 하는데 손님이 너무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방이 많은데도 모자랄 정도라 예약도 밀렸대요. 근데 거긴 아무 구경할 게 없어요. 자고 놀고 밥 먹고 나오는 거 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온대요. 섬은 아니지만 능포에도 그런 민박집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ㅡ 멀리서 보이는 양지암 등대, 사장님 말씀대로 데크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은 그림 같은 등대입니다.



능포 지역에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알고 계신 관광의 포인트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장승포, 혹은 능포 등 어촌사회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여기 오면 좋아요. 인구가 많이 빠져서 사람이 없다는 걸 많이 느끼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어요. 한적하니 좋고 주차하기도 좋고 공기도 좋고 산책하기 좋죠. 우리 동네는 들어온다고 거리를 둔다던가 그런 게 없어요. 능포는 객지에서 들어온 사람한테도 “10년 있으면 느그 동네다”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집 짓고 살면 자기 동네죠. 다른 동네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우리 동네에 온 사람이니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서로를 안고 사는 동네죠. 전 어디 놀러 갈 시간도 체력도 없고 가려고 해도 잘 가지지를 않아서 사람들을 다 불러들이는 스타일이에요. 능포에 오면 제가 맛있는 거 해주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고 싶으실까요?

저는 이 이상 가게를 키우면 감당이 안 되니 이렇게 살던 데로 유유자적하게 살 것 같아요. 지금처럼 살아도 먹고사는데야 지장은 없지만 사람들도 더 만나서 놀고 싶어요. 집에만 계속 있으면 심심하니 돈 좀 벌어 봉사도 하고 그렇겠죠. 봉사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사람 밥 한 그릇 줄 수 있는 게 봉사라고 생각해요. 전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다음 인터뷰이를 추천해주세요!

오후여담 카페 사장님을 추천드립니다.








ㅣ진행 : 김주하, 정영한 

ㅣ촬영 : 김주하, 정영한 

ㅣ편집 : 손유진, 김주하



본 릴레이 인터뷰는 <해양수산부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장승포권역)>의 일환으로 운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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